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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15 아이고.
  2. 2011/11/25 곰곰이와 대화하기.

아이고.

2011/12/15 13:02 from 분류없음
 
즘 곰곰이는 병원 가는 걸 싫어한다. 지난 번에도 한번 데리고 갔다가 접수 후에 대기실에 드러누워서 취소 하고 다시 돌아온 일이 있었는데 어제 또 비슷한 일이. 

이번에는 병원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건물 로비에서 30분 넘게 옥신각신 했다. 처음에는 침착하게 얘기를 할 수가 있는데 시간이 가면 나도 화가 나니 말투가 공격적이고 비아냥거리는 스타일로 바뀌고 아이는 그 때문에 겁을 먹어서 병원에 가기도, 집에 가기도, 어린이 집에 가기도 싫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 어쩌라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길로 안아 들고 나갔는데 곰곰이가 막 발로 찬다. 일단 안을때부터 버티는 데(빠떼루 자세라는 게 진짜 효율적인 거라는 점을 깨달았..) 이젠 너무 무겁고 힘도 세져서 내가 육체적으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다보니 한 20-30미터 못 가서 내려놓고 다시 한 10분쯤 난리를 치고 있자니 지나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하나씩 와서 애를 야단을 치고, '말 안들으면 내가 데려간다~' 이런 멘트 하나씩 날려 주시고.. 도움 되려고 끼어드는 거겠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더 열불나는 상황. 심지어 천원짜리 주시면서 이걸로 과자 사먹고 들어가라고 말씀하시는 분까지 있었다.--;;; 물론 곰곰이는 공포에 질려서 엄마가 옆에 있는데도 "우리 엄마 어디있어~" 이러면서 울고.. --;;;;;;;

정말 뚜껑 열리는 걸 겨우 붙들고 - 나도 내 아들 놈을 발로 차버리고 집에 가고 싶었다 -, 별로 고맙지는 않았지만 한 마디씩 거드신 어르신들 '덕분'에 두려움에 질린 아이가 내게 안겨서 겨우 마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곰곰이한테 말도 안하고 쳐다보지도 않고 가만히 컴퓨터방에 처박혀있었는데 가사도우미 아주머니가  내 표정이 심상치 않았는지 아이 봐줄테니까 잠깐 나갔다 오라고 하셔서 아이한테서 겨우 벗어났다.

아, 정말 복기만 해봐도 울컥 울컥 하는구나.
곰곰이는 대체적으로 순한 아이인데 저런 식으로 대지진을 일으키는 때가 아주 가끔 있다. 그럴때면 나도 그 여파로 쓰나미를 일으키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위로가 있었지만 황량하고 온갖 잡쓰레기가 다 쌓인 폐허에 서 있는 그런 마음이 가시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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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창밖에 나무가 보여요."
대부도 여행 가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곰곰이가 이렇게 말했다.
가끔 아이가 하는 말은, 어른이 했다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말인데 코끝이 시큰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느끼게 한다.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자신이 들은 문장을 아마도 그걸 써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때
입 밖으로 천천히 발음하는 것 마냥 낯설고 이질적인 감각들을 주기도 해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만들어도 주고. 

또 가끔은 일상을 즐겁게 해주는 코미디도 제공한다.
굉장히 흥분한 목소리로 "엄마, 엉덩이가 생겼어. 엉덩이를 피해서 돌아와야 돼!!"라고 외치는데,
음... 아들아 그것은 비가 와서 생긴 웅덩이.^^;;

지지난주까지도 어린이집 버스에서 내려서 오늘 뭐했니라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했는데,
지난주부터는 "어린이집에서 재밌게 놀았어!"라고 말 할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그 날 뭘 먹었는지도 대답한다.
아이는 정말 매일 매일 자란다.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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